2023/01/17 <향수>
from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Hosted by CBS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앞마당 감나무 끝자락에 휘영청 둥근달 걸쳐 잠들고 반쯤 열린 사립문 바람결에 흐느적거릴 때 창살 너머로 들려오는 뚝딱뚝딱, 토닥토닥 다듬이질 장단 소리에는 한 서린 엄마의 설움과 질곡이 묻어 나오곤 하였다 하얀 눈 내리는 겨울밤 길게 늘어선 담장을 따라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오던 엄마의 다듬이질 소리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을수록 굽이굽이 실개천이 흐르던 마을 엄마의 다듬이질 소리가 더욱 그리워진다 오늘처럼 향수가 몰려오는 스산한 겨울밤에는 김수용 시인의 <향수> 아기 우는 소리, 글 읽는 소리, 다듬이질 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삼희성’이라고 했다지요. 하지만 어머니에겐 고단함의 소리였을 겁니다. 어머니의 속이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다정하게만 들리던 다듬이질 소리. 이따금씩 다듬이질 소리가 그리운 건 향수보다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미안함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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