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30 <골목길>
from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Hosted by CBS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골목길 하나 울고 있다 ‘김가네 김밥’ ‘적십자 헌혈의 집’ ‘밀레니엄 컴퓨터 랜드’......사이에서 떠도는 입맞춤들 떠도는 등불들 핼쑥해진 간판들 너는 ‘**헤어팜’ 앞에 나와 앉은 빨래처럼 펄럭펄럭 걷는다. 너는 푸른색 페인트로 쓴 ‘돼지국밥 전문’ 밑에 나와 앉은 창백한 빈 통처럼 걷는다. 너의 가슴은 도장처럼 붉게 파였다. 네 그림자가 문을 두드렸다 떠도는 등불들 떠도는 입맞춤들 핼쑥해진 간판들 사이로 골목길 하나 그림자 한아름 꽃다발처럼 가슴에 안고 똑똑 눈물 떨구고 있다 큰길 뒤에서 강은교 시인의 <골목길> 저녁이 되면 골목길은 가로등을 켜고 사람들을 기다립니다. 긴 한숨을 내쉬며 서성이는 사람, 통화 내내 고개 숙이는 사람, 헤어짐이 아쉬워 돌아서지 못하는 연인, 무거운 발걸음에 가다 서길 반복하는 사람. 그 그림자들이 사라질 때까지 따스한 불빛으로 배웅하죠. 사람들의 아픔과 눈물을 나누며 우두커니 선 골목길. 그렇게 오늘도 누군가의 지친 하루를 토닥이고 있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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