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회. 모래에 파묻힌 건 과연 누구인가? - 아베 코보, 『모래의 여자』 episode artwork

EPISODE · Jul 10, 2017

103회. 모래에 파묻힌 건 과연 누구인가? - 아베 코보, 『모래의 여자』

from 교보문고 낭만서점

아베 코보는 《뉴욕타임스》선정 세계 10대 문제 작가 중에 속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가이다. 그와 동세대인 전후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로는 미시마 유키오, 오오카 쇼헤이 등을 들 수 있다. 그들은 일상사에서 소재를 찾는 일본의 전통적인 사소설 작가들과는 차별성을 띠며, 인간의 존재 양식을 근본적으로 묻는 관념적 성향과 새로운 방법론 추구를 특징으로 한다. 아베 코보의 대표작『모래의 여자』는 한 남자의 실종 사건이 근간이 된다. 주인공은 잿빛 일상에서 도피하기 위해 모래땅으로 곤충 채집을 나선다. 그가 찾아간 해안가 모래 언덕에는 기이한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마치 부서져가는 벌집처럼 거의 20미터나 될 정도로 깊게 파인 모래 구덩이들 속에 집이 세워져 있다. 남자는 마을 사람들의 계략으로 여자 혼자 사는 모래 구덩이에 갇히게 되고, 흘러내리는 모래에 집이 파묻혀 버리지 않도록, 마치 쉬지 않고 돌을 굴려야 하는 신화 속의 시지프처럼 매일매일 삽질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 어이없어 하는 그에게 여자는 자기 혼자서는 그곳 생활을 견디기가 벅차다고 해명한다. 한 집이 붕괴되면 사구에 자리잡은 마을 전체가 붕괴되기 때문에 작업을 멈출 수가 없다고. 모래 구덩이에 갇힌 주인공이 끊임없이 겪게 되는 육체적, 정신적 변화를 꼼꼼하게 추적하여 그 속에서의 하루하루를 실감나게 묘사한, 서스펜스와 철학적 인식의 깊이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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