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 Nov 30, 2015
41회. 당신은 눈물겹다 - 꽃잎보다 붉던 『당신』
from 교보문고 낭만서점
『당신―꽃잎보다 붉던』은 2015년, 일흔여덟 살의 주인공 윤희옥이 이제 막 죽어 경직이 시작된 남편을 집 마당에 묻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마치 오랫동안 남편의 죽음을 준비해온 것처럼 부인 윤희옥의 뒤처리는 섬세하고 깔끔하다. 그런데 일을 마친 윤희옥은 경찰서를 찾아 남편이 실종되었다고 신고를 한다. 그녀는 왜 사망 신고 아닌 실종 신고를 택했을까? 한평생을 부인 윤희옥과 딸아이 주인혜에게 헌신하며 살아온 듬직한 남편이자 아버지 주호백, 그는 2009년 두 차례 뇌출혈을 겪으면서 그 자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생의 말년을 맞이하게 된다. 치매에 걸린 그의 정신이 구심력을 따라 먼 과거의 시간을 향해 나아갈 때, 파킨슨병과 당뇨와 고혈압은 그의 육체를 원심력의 힘으로, 삶의 끝으로 몰고 간 것이다. 주호백의 정신과 육체의 에너지 흐름이 이처럼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면서, 그로서는 결코 밝히고 싶지 않았을 한평생의 인내, 헌신, 사랑의 이면을 부인에게 또 딸아이에게 드러내 보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저자가 안내하는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 사이의 슬픈 시간여행을 따라가는 동안 우리는 삶이란 죽어가는 긴 과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된다. 더불어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치매가 선물이라는 역설을 슬프도록 아름답게 전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이 이야기를 통해 앞선 세대의 삶과 사랑을 만나고 그 이해와 공감의 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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